📚 Contents
🌺 1. Intro – 존재를 묻는 마지막 그림
“이 그림은 내가 살아 있는 한 그린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다.” – 폴 고갱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는 단지 그림 이상의 의미를 담은 작품입니다.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그림으로 표현한, 고갱의 예술적 유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고갱은 이 작품을 완성한 직후 자살을 시도할 만큼, 자신의 생과 예술의 모든 것을 이 그림에 담아냈습니다.
그림 속 타히티 여인들과 동물들, 배경의 신비로운 상징들은 단계적으로 펼쳐지는 인생의 여정을 은유합니다. 우리가 어디서 시작했고, 지금 어떤 존재이며, 결국 어디로 향해 가는지를 고갱은 세심한 구도와 색으로 묻고 있죠. 이 그림은 말하자면 하나의 긴 문장이고, 우리가 그것을 ‘읽어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이 명작의 감정과 철학, 색과 구조 속으로 함께 걸어가 볼까요? 침묵하는 그림 속 고갱의 마지막 목소리를, 오늘 우리는 함께 들어보려 합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폴 고갱.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작품명 / 원제 |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D'où venons-nous ? Que sommes-nous ? Où allons-nous ? |
작가 / 제작 시기 | 폴 고갱 / 1897년 |
기법 / 소재 | 유화 / 마포 캔버스 |
크기 / 현재 소장처 | 139 × 375cm / 미국 보스턴 미술관 |
🕯 2. 작품 탄생 배경 – 죽음 앞에서 던진 질문
“이 그림은 나의 유서이자, 모든 예술의 정수를 담은 고백이다.” – 폴 고갱
1897년, 폴 고갱은 타히티에서 생애 가장 어두운 밤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가족의 죽음, 건강 악화, 극심한 빈곤, 예술계의 외면은 그를 절망의 끝으로 몰아넣었죠. 그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극도로 쇠약해졌고,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이유조차 찾지 못했습니다. 그 순간, 그는 단 하나의 목표를 세웁니다. “죽기 전 마지막 작품을 남기자.”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였습니다.
이 작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질문이자 철학적 유서입니다. 고갱은 이 그림을 완성하고 몰핀을 과다 복용해 자살을 시도했을 정도로, 생의 전부를 쏟아부었습니다. 다행히도 그는 살아남았지만, 그가 바란 것처럼 이 그림은 단순한 예술을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통렬한 물음으로 남았습니다. 타히티의 여인들과 아이, 동물, 신비로운 배경은 삶의 시작과 끝, 존재의 순환을 은유적으로 풀어낸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죠.
특히 고갱은 이 그림을 평면적인 장면으로 남기지 않기 위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르는 서사 구조”를 택했습니다. 일반적인 시선 흐름을 거스르는 이 구도는 태어남에서 죽음으로, 믿음에서 의심으로 나아가는 역방향의 인생 여정을 암시합니다. 또한, 그는 배경색을 일부러 짙은 푸른색으로 채색하며, 그림 전체에 초자연적인 고요함과 사색의 기운을 더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타히티 풍경이 아니라, 존재를 둘러싼 심연 같은 감정의 무대로 작용합니다.
이 작품은 결국, 그가 예술과 삶을 걸고 던진 질문이자, 후기 인상주의에서 상징주의로 이행하는 고갱의 정체성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기념비입니다. 완성 직후 파리에서 전시되었을 때, 비평가들은 처음으로 고갱의 예술적 깊이를 인정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그의 예술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죽음에서 시작된 이 그림은 오히려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힘을 지녔던 것이죠.
🧭 3. 구조와 의미 –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르는 인생
“그림은 멈춰 있지만, 인생은 그 안에서 흐르고 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는 일반적인 그림과 다르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시선이 흐르는 독특한 구도를 지녔습니다. 이는 단순한 시각 효과를 위한 구성이 아니라, 삶의 여정을 거꾸로 되짚는 철학적 구조입니다. 고갱은 오른쪽에 아기와 젊은 여인을 배치해 ‘탄생’과 ‘시작’을 상징하고, 중앙에는 일상의 삶과 탐색하는 인간을, 왼쪽 끝에는 죽음을 준비하는 노파를 배치합니다. 이러한 순차적 배치는 마치 인생의 서사를 한 장면으로 압축한 듯한 효과를 줍니다.
또한 이 그림은 명확한 시점이나 원근법을 따르지 않습니다. 등장인물들은 서로 무관한 듯 배치되어 있지만, 감정적으로는 유기적인 연결을 이루고 있습니다. 중앙 인물의 눈빛은 멀리 시선을 두고 있으며, 이는 존재에 대한 성찰과 정체성의 고민을 암시하죠. 화면에는 뚜렷한 시간의 흐름은 없지만, 인물들의 위치와 자세, 시선은 우리에게 정지된 삶이 아닌 ‘흐름 속의 존재’를 말해줍니다. 그림은 움직이지 않지만, 그 안의 감정과 의미는 분명히 움직입니다.
한편, 배경의 상징들도 주목할 만합니다. 푸른 우상, 검은 새, 고양이, 과일과 식물들은 각각 죽음, 불안, 탐욕, 삶의 풍요 등을 상징하며, 인간 존재를 둘러싼 무형의 요소들을 시각화합니다. 이처럼 고갱은 단순한 이야기 전달을 넘어서, 그림 전체를 상징의 장치로 설계합니다. 이는 우리가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죠. 그림의 구조는 고갱 자신의 삶처럼 단정하지 않지만, 바로 그 모호함 속에서 진실을 더 깊이 담고 있습니다.
🎨 4. 색채와 붓질 분석 – 낯선 색채로 빚어낸 생과 사
“색은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 내면의 울림이다.” – 폴 고갱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비현실적일 만큼 강렬하고 낯선 색채들입니다. 고갱은 전통적인 명암 표현이나 자연 색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감정 언어로 색을 구성했습니다. 피부는 청록색, 배경은 청색과 연보라색, 나무는 주홍빛에 가깝고, 전체 화면은 마치 꿈과 현실 사이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상징화하는 감각적 언어입니다.
고갱은 이 색을 통해 ‘보이는 것’보다 ‘느끼는 것’을 우선시했습니다. 탄생을 상징하는 인물 주변은 따뜻한 노란빛이 감돌고, 죽음을 상징하는 왼쪽은 짙고 무거운 푸른색이 스며듭니다. 색의 흐름은 감정의 흐름이며, 구도의 방향성과도 맞물려 인생의 시작과 끝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러한 색 사용은 당시 평단의 비난을 받았지만, 오늘날엔 상징주의 회화의 전범으로 평가받습니다.
붓질 면에서도 고갱은 기존 인상주의와 차별화된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섬세한 터치보다는 면과 덩어리, 단순화된 윤곽선으로 형태를 잡아내며, 그림 전체를 평면적이면서도 상징적으로 구성했습니다. 이는 동양 목판화와 타히티 벽화에서 받은 영향으로 해석되며, 형식과 내용의 일치를 추구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의 붓끝은 감정을 덜어내기보다 담아내고, 형태는 현실을 모사하기보다 내면을 발화하기 위한 틀이 되었습니다.
💭 5. 글쓴이의 감상 – 침묵으로 울려 퍼지는 철학
“그림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나에게 질문을 남겼다.”
폴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를 처음 마주했을 때, 저는 그림이 아니라 철학서를 펼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화면은 정적이고 인물들은 말이 없었지만, 침묵 속에는 강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이 그림은 감상하라는 듯 제시되지 않았고, 오히려 '네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향하는지를 되묻는 고갱의 시선은 제 일상의 중심까지 침투해 들어왔죠.
특히 시선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른다는 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회화 구도를 역행하는 이 흐름은, 마치 삶의 역주행 같았습니다. 우리는 보통 미래로 향한다고 믿지만, 고갱은 이 그림에서 죽음에서 탄생으로 회귀하는 서사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게 그림 속 모든 존재는 고요한 선율 속에 놓여 있었고, 그 흐름은 제 마음 깊은 곳과 맞닿았습니다. 관람자가 능동적으로 감정을 이끌어내야만 그 의미가 완성되는 그림, 그것이 이 작품의 깊이이자 위대함이라 느껴졌습니다.
그림 속 인물들은 서로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대화도 없고 중심도 없지만, 그 안에는 확실한 정서적 흐름이 존재합니다. 저는 그들이 말없이 존재하는 모습에서 삶의 고독, 인간 존재의 숙명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눈을 감은 이, 아기를 바라보는 이, 땅을 응시하는 노파 모두는 삶의 각 시점에서 홀로 서 있는 인간의 초상이었습니다. 그림은 설명하지 않고, 단지 '보여줌'으로써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 그림은 제게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보다, 감정의 바닥을 비추게 했습니다. 격렬한 감동보다는 천천히 밀려오는 파도처럼 마음을 흔들었고, 보는 동안 어느새 저 자신에게 시선이 옮겨갔습니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지금 누구인가.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 이 그림은 그런 질문을 강요하지 않지만, 묻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듭니다. 그것이야말로 고갱이 이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남기고자 했던 진심 아닐까요?
🧶 6. 마무리 – 고갱이 남긴 질문, 우리의 대답
“질문은 그림에 남고, 대답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는 단순한 그림이 아닙니다. 삶 전체를 압축한 한 장면이자, 누구나 품고 있는 내면의 질문을 시각화한 회화적 명상이었습니다. 고갱은 이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철학적인 명제를 건넸고, 답을 요구하지 않은 채 침묵 속에 남겨두었습니다. 이 그림은 말하길 멈췄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기억에 머뭅니다.
오늘날 우리는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되묻는 여유조차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예술은 때때로 멈추게 하고, 질문하게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합니다. 고갱의 이 마지막 걸작은 그 자체로 멈춤의 의미였고, 사유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림이 던진 질문은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쯤 와 있나요?
💭 이 글을 읽고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 지금, 함께 공유해 보세요.
이 글이 마음에 닿으셨다면,
💗 공감 한 번,
✨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 댓글과 함께 ‘우리 삶에 예술 한줌’을 📩 구독해 주세요.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이
다음 예술 한줌을 이어가는 큰 힘이 됩니다.
✔ 핵심 요약 – 이 작품이 던진 세 가지 메시지
- 인생을 시간의 흐름이 아닌 철학적 질문으로 구성한 회화적 선언입니다.
- 비현실적인 색채와 상징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을 시각화했습니다.
- 고갱은 이 작품을 통해, 예술이 사유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